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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일상

순종견과 믹스견의 기준은 무엇일까? 강아지 교배의 비밀





동물구조협회에 따르면 거리를 떠돌다 포획된 유기견의 80% 이상이 잡종이라고 해요. 이는 순종견만 선호하는 잘못된 애견 문화가 낳은 씁쓸한 현실의 단면이기도 해요. 그런데 이 같은 애견 문화로 고통 받는 것은 믹스견만이 아니랍니다. 순종견 역시 유전성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애견업계에서는 5대까지 내려가는 동안 유전적 결함이 나타나지 않는 단일 견종을 대개 순종으로 인정합니다. 이 에 비해 부견과 모견의 견종이 다른 강아지를 잡종견 또는 믹스견이라고 하죠. 전 세계적으로 개의 품종은 슈나우저, 시추, 비글, 셰퍼드, 불독 등 약 350종에 달해요. 그런데 유전학적으로 순종과 잡종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사실 없답니다. 사실 개의 기원까지 올라가면 현재의 모든 개는 잡종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에요. 시추는 라사 압소와 페키니즈의 교잡으로 만들어졌으며, 닥스훈트 역시 이집트의 살루키로부터 몇 차례 품종 개량을 거쳐 하나의 견종으로 굳어졌어요. 약 350종에 이르는 개들은 모두 늑대에서 분류돼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에요. 믹스견도 자신의 특정 형질을 꾸준히 이어가면 순종견이 될 수 있답니다. 털이 짧고 귀가 축 처진 잡종견이 있다고 가정해 보아요. 그 개가 자신과 비슷한 모양의 믹스견과 계속 교배를 이어갈 경우 10~20세대 뒤에는 그 같은 모습이 해당 견종의 고유 특성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죠.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거의 모든 유전병은 개에게서도 발견된답니다. 그런데 순종일수록 유전병이 많아요. 지난 2013년 과학자들은 2만7천 마리 이상의 반려견 진료기록을 통해 믹스견과 순종견의 유전질환 발생빈도를 조사 했는데요, 그 결과 24개 질환 중 10개 질환에 걸릴 확률이 순종견에게서 훨씬 높게 나타났어요. 순종견들이 유전병에 더 많이 걸리는 까닭은 근친교배 때문이에요. 일부 번식업자들이 혈통 유지에만 집착해 근친 교배를 광범위하게 행하는데, 근친교배를 하면 열성인자의 결합으로 유전병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에요. 또한 근친교배가 아니더라도 초기 시조 집단의 마리 수가 적은 품종은 유전병 발생 빈도가 높아요. 수의학계에 의 하면 현재 전체 350여 품종 중 거의 절반 이상의 견종에 서 심각한 유전병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해요.






멘델의 법칙은 한 개의 유전자가 생물의 특징을 지배한다 는 이론이에요. 강아지의 털 색깔을 비롯해 몇몇 유전병은 멘델의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어요. ‘차이니스 크레스티 드 독’처럼 전신에 털이 없는 무모견이 그런 경우랍니다. 무모증은 한두 개의 단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생기 는 유전병이에요. 또한 푸들이나 코커스패니엘 같은 견종도 한 개의 주요 유전자가 망가져 다리가 짧아지는 난쟁이 병에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이 같은 유전병은 멘델의 법칙에 따라 같은 견종에서 계속 생기게 돼요. 하지만 세인트 버나드 같은 대형견에서 발병 빈도가 높은 고관절 이상 같은 유전병은 단순하게 멘델의 법칙으로 설명되지 않아요. 이 병은 개체들 간의 질환 진행 강도에 차이가 나는데, 여러 개의 유전자가 개입된 복잡한 양상의 질환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고관절 이상처럼 여러 개의 유전자가 상호작용을 하거나, 유전자 이외의 여러 환경적 요인들도 생물의 특징에 영향을 미치므로 멘델의 유전법칙은 현실 세계에서 그리 많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요.







예전에는 개의 품종 개량이 양떼를 관리하는 목양견, 사냥에 유리한 사냥견 등 특정 목적을 갖고 행해졌어요. 그러나 최근엔 납작한 코를 더 낮아지도록 한다거나 작은 체형에 큰 머리를 갖게 만드는 등 견주가 선호하는 외형에 맞게 품종 개량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강해졌죠. 이렇게 개량된 품종은 귀여울지 몰라도 강아지에겐 엄청 난 고통을 준답니다.


코가 납작해진 개는 숨을 쉬거나 밥을 먹기 힘든 경우가 많고, 심지어 혀를 헐떡이지 못해 몸 속 열 기를 배출하지 못하거나 눈이 점점 튀어나오는 안구돌출 증을 앓을 수 있어요. 또 작은 체형에 큰 눈을 가지게끔 개량된 치와와는 두개골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작은 충격에도 뇌가 손상되거나 뇌수종 등 질병에 쉽게 걸려요. 이에 비해 유전자가 다양한 믹스견은 면역이나 번식 면에서 훨씬 우수할 확률이 높답니다. 따라서 개를 많이 키워 본 이들은 믹스견이 순종견보다 건강해서 키우기가 수월 하다는 이유로 더 선호해요.



함께 알아보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 '최초로 완성된 개 가계도'


최근 미국 국립휴먼게놈연구소에서는 총 161종을 대표하는 개 1,346마리의 DNA 샘플을 모두 분석해 가계도를 발표했어요. 예전에 일부 품종에 대한 유전 연구가 발표된 적은 있지만, 지구상 개 품종의 절반 정도를 광범위하게 분석한 것은 최초라고 해요.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상의 모든 개 품종은 23개의 그룹에서 갈라진 것으로 밝혀졌어요. 예를 들어 중국에서 유래한 퍼그는 다른 품종의 몸집을 작게 하는 데 활용돼, 다른 개에서도 퍼그의 DNA가 발견되었답니다. 연구진 은 이번 연구 결과가 반려견에 잠재된 유전질환 문제를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